르노코리아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공백을 정면 돌파하는 강수를 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대부분 소진되자, 제조사가 직접 800만원 규모의 자체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격 경쟁력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전기 SUV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정책으로, 연말 전기차 시장의 위축을 최소화하고 실구매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무보조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체감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전기차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르노코리아는 이런 시장 상황에 대응해, 정부 보조금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체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국비·지방비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혜택을 적용해, 지역별 편차 없이 구매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최대 1,500만원 이상 혜택…가격 체감 크게 낮춰
자체 보조금 800만원 외에도 연말 프로모션이 더해진다. 차종 및 구매 조건에 따라 추가 할인과 기존 고객 우대 혜택이 적용되며, 일부 금융 상품을 활용할 경우 총 체감 혜택은 1,500만원 이상까지 확대된다.
이를 통해 세닉 E-Tech의 실구매 가격은 정부 보조금이 없는 상황에서도 3천만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조금 유무에 따라 구매 시점을 고민하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조건이다.
연말 한정 전략…재고 소진·판매 반등 노린다
이번 자체 보조금 정책은 한정 수량으로 운영된다. 연말 판매 실적 확보와 동시에, 내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에 앞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세닉 E-Tech는 유럽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모델로, 국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해 시장 존재감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보고 있다.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제조사가 직접 가격 보전 역할을 맡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르노코리아의 800만원 자체 보조금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다른 완성차 브랜드로 확산될지에 따라 연말과 내년 초 전기차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