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준비 중인 보급형 전기 픽업 ‘슬레이트 트럭(Slate Truck)’의 예약 물량만으로 사실상 연간 생산 계획을 채웠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주문은 15만 대 이상으로, 양산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 연간 목표 생산량과 같은 수준이다.
생산은 내년 말 시작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완전 가동 시점은 2027년 말이 목표다. 다만 예약이 실제 구매로 얼마나 전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생 브랜드라는 점과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흐름을 고려하면, 향후 전환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공개된 공식 영상에서 크리스 바만(Chris Barman) CEO는 소비자 질문에 직접 답했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Slate Auto는 애초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를 전제로 2만 달러 초반대를 구상했으나, 공제가 종료되면서 현재는 2만6천~2만7천 달러 선을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이나 고급 ADAS를 얹을 경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액공제 종료 이후에도 예약 수요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여전히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시장 전반을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인센티브 축소 이후 둔화됐고, 특히 대형 전기 픽업은 타격이 컸다. Ford F-150 Lightning의 판매 조정, Tesla Cybertruck의 재고 부담 논란, 그리고 연장형(EREV) 수요가 더 높게 나타난 Scout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Slate Truck의 최대 경쟁자로는 Ford가 준비 중인 소형·보급형 전기 픽업이 거론된다. 출시 시점은 Slate보다 1년가량 늦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3만 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기본 사양과 성능, 상품성 면에서는 더 탄탄할 가능성이 크다. 수동식 윈도 등 ‘필수만 담은’ Slate의 미니멀 콘셉트가 2026~2027년 소비자 눈높이에 맞느냐는 지적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Slate Auto는 정면 승부를 피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폭넓은 커스터마이징, 간단하고 저렴한 수리 구조, 그리고 지역·주(州)별 보조금 활용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마크업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초기 고객 신뢰를 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여전히 ‘살 수 있는 가격’의 전기차가 부족하다. 세액공제 종료라는 악재 속에서도 Slate Truck의 파격적인 가격표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다만 2027년 이후 포드의 보급형 전기 픽업이 가세하면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Slate Auto가 예약 열기를 실제 판매 성과로 연결하고, 초저가 전략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증명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