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키튼 시대의 배트모빌과 스타워즈 포드레이서를 연상시키는 차량이 등장했다. 르노가 공개한 ‘필랑뜨 레코드 2025’다.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닌 르노의 전기차 기술력이 집약된 ‘움직이는 실험실’로, 올해 상반기 세계 기록 도전에 나선다.
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는 르노의 찬란했던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25년 140마력의 9.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으로 수많은 기록을 세운 40 CV des Records, 독특한 직렬 8기통 엔진의 1934년 Nervasport des Records, 그리고 1956년 보네빌 솔트 플랫에서 4개의 세계 기록을 수립한 270마력 제트엔진의 Étoile Filante까지, 르노의 도전 정신이 필랑뜨 레코드 2025에 고스란히 담겼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 맞먹는 5.12m의 전장에도 불구하고 차체 중량은 1,000kg 미만이다. 600kg에 달하는 87kWh 배터리를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는 알루미늄, 카본, 스틸 합금으로 제작된 섀시와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스칼말로이를 활용한 3D 프린팅 부품, 그리고 토폴로지 최적화 기술 덕분이다.
배트모빌이 된 르노
디자인팀은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요소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항공기 제작 기법을 연상시키는 노출형 스크류, 존재감 있는 LED 원형 헤드램프,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휠 페어링이 특징이다. 여기에 미쉐린이 특별 제작한 19인치 타이어로 주행 효율을 극대화했다.
실내는 마치 우주선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으로 모든 주행 제어가 가능하며, 중앙에는 실린더형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속도와 주행가능거리 등 핵심 정보를 보여준다. 특히 해먹처럼 디자인된 캔버스 시트는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르노는 올해 봄 풍동 실험을 통해 최종 성능을 확인한 후, 메르세데스 비전 EQXX의 kWh당 13.5km 효율 기록 경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필랑뜨 레코드 2025가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전기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00년 전 육상속도 기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르노가, 이제는 전기차 효율성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