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과 볼보그룹, CMA CGM이 합작 설립한 플렉시스(Flexis)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밴의 상세 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재 DB 쉥커, 콜리스 프리베, 하이브드 등 유럽 주요 물류기업 10곳과 의향서를 체결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플렉시스는 전기차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개발에 3.5억 유로를 투자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한 전기 밴보다 300kg 가볍고, 차체 길이도 25cm 짧아 도심 운행에 최적화됐다. 특히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20분 이내 80% 급속충전이 가능하며, 1회 충전으로 최대 450km를 주행할 수 있어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3가지 모델은 각각 다른 운영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스텝인 밴은 1.9m의 높은 실내고로 택배 기사가 서서 이동할 수 있으며, 측면 슬라이딩 도어와 후방 롤러 도어로 접근성을 높였다. 패널 밴은 10.3m의 작은 회전반경과 1.9m의 낮은 차고로 도심 주행과 주차가 용이하다. 카고 밴은 폭과 높이, 적재함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냉장 운송 등 특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
플렉시스는 하드웨어 혁신을 넘어 디지털 기술 통합에도 주력했다. 르노 자회사 앙페어가 개발한 E/E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FlexE Connect’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차량 모니터링은 물론, 예측 정비와 최적 경로 설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렉시스의 피에르 시롤리 서비스 총괄은 “데이터 연결성과 전문가 팀을 통해 고객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배송 경로 최적화, 예지 정비를 통한 차량 고장 감소, 충전 관리 등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생산은 2026년부터 프랑스 노르망디 상두빌 공장에서 시작된다. 현재 20대의 시험 차량으로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향후 3년간 1.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판매는 르노그룹과 르노트럭스 브랜드를 통해 각각 이뤄질 예정이다.
플렉시스의 필립 디브리 CEO는 “전기화, 연결성, 맞춤화, 도심 특화라는 4가지 핵심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솔루션으로 도시 물류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제 운영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과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이는 물류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플렉시스의 도전이 급성장하는 유럽 도시 물류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르노의 전기차 기술력, 볼보의 상용차 전문성, CMA CGM의 물류 노하우가 결합된 만큼, 기존 전기 밴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