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형 테슬라 자율주행, 한국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들어왔다

미국식 지상 주차장을 전제로 설계된 테슬라의 자율주행 호출 기능이 국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왔던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GPS 신호가 닿지 않는 구조, 복잡한 동선, 좁은 회전 반경 등은 ‘스마트 서먼(Smart Summon)’을 사실상 체험용 기능에 머물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국내 기업의 발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자율주행 융합 시스템 전문 기업 참슬테크는 테슬라 FSD 서먼 기능을 국내 지하 주차장 환경에 맞게 구현하는 위치 기반 호출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GPS 의존도를 벗어나 지하 공간에서도 차량과 사용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차량이 주차 위치에서 출발해 지하 주차장을 자율주행으로 통과한 뒤, 입주민이 있는 동 현관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이른바 ‘파크 투 도어(Park to Door)’ 경험을 현실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테슬라의 자율주행 호출 기능은 북미식 평면 주차장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작동했지만, 국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신호 단절과 위치 오차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국내 테슬라 오너들 사이에서는 “주차장 입구에서 멈춘다”, “차량 위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참슬테크는 아파트 인프라, 스마트폰, 차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하 공간에서도 스마트폰 위치를 기준으로 차량의 주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이번에 등록된 특허는 이러한 기술적 접근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참슬테크는 이미 2건의 핵심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관련 기술에 대해 추가 출원과 해외 PCT 절차도 병행 중이다.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향후 국내외 스마트 주거·모빌리티 시장에서 기술 장벽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T 기업들이 ‘라스트 원미터(Last One Meter)’ 이동 경험을 경쟁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하면, 아파트라는 특수한 주거 환경을 겨냥한 이번 기술은 차별성이 분명하다.

주목할 부분은 서비스 확산 방식이다. 참슬테크는 이미 자사 주차 유도 및 원패스 시스템이 구축된 수도권 283개 아파트 단지, 약 29만 세대를 대상으로 해당 기능의 소프트웨어 연동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별도의 센서나 설비를 대규모로 교체하지 않고 기존 인프라에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식이어서 현실적인 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FSD 옵션을 보유한 입주민이라면 신청을 통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한국형 스마트홈 모빌리티’의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내 주거 문화와 공간 구조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다.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가르는 요소가 더 이상 차량 단독의 성능이 아니라, 주차장·주거 인프라와의 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지하 주차장 내 보행자 안전, 다양한 차종과의 혼재 환경, 단지별 구조 차이에 따른 적용 범위 등은 실제 운용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집 앞까지 스스로 찾아오는’ 경험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테슬라 FSD의 활용 범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아파트가 자율주행 기술의 새로운 시험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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