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없는 전기 하이퍼카를 어떤 형태로 만들지 고민하다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했습니다.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바람 그 자체입니다.”
리 톈위안 샤오미 EV 디자인 총괄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팔라우 드 콩그레소스 데 카탈루냐에서 이 같이 선언하며 전기 하이퍼카 콘셉트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Xiaomi Vision Gran Turismo)’를 전 세계에 처음 공개했다. 행사장 참가자 대부분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만 기대했지만,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순서에서 공개된 하이퍼카는 단숨에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실물 차량은 3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MWC 2026 기간 동안 샤오미 전시관(홀 3, 3M30)에서 관람 가능하다.
저항과 접지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비전 그란 투리스모의 핵심 공학 과제는 전기 하이퍼카가 직면하는 근본적인 모순, 즉 직선 구간에서의 낮은 공기 저항과 코너링에서의 높은 다운포스 간 균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었다. 샤오미는 공기저항계수(Cd) 0.29, 다운포스 -1.2, 공기역학 효율 지수 4.1이라는 수치로 이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물방울 형태의 콕핏부터 차체 내부를 관통하는 에어 터널, 헤일로 형태의 테일램프까지, 외장의 모든 요소가 공력 성능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별도의 리어 윙이나 스포일러 없이 차체 자체로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리스 이즈 모어(Less is More)’ 철학을 구현한 것이다.
가장 독창적인 부품은 ‘어크리션 림(Accretion Rim)’으로 명명된 휠 커버다. 소용돌이 형태의 이 커버는 내부에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터빈 핀을 내장하고 있으며, 자기력 시스템을 통해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휠이 회전하는 상황에서도 커버 자체는 완전히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회전하는 휠 표면이 만들어내는 공기 저항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차량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까지 연출한다. 후면에는 ‘액티브 웨이크 컨트롤 시스템(Active Wake Control System)’을 적용했다. 테일램프를 둘러싼 마이크로 다공 매트릭스가 실시간 속도·각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능동적으로 기류를 생성해 차량 후면의 난기류를 밀어낸다. 가동형 스포일러 없이 깨끗한 차체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동등한 공력 효과를 구현하는 구조다.
“소파에 앉아 레이싱을”…IT 기업다운 인테리어
실내 디자인은 기존 하이퍼카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버킷 시트 대신 대시보드·도어 패널·시트가 하나의 연속된 링 형태로 이어지는 ‘소파 레이서(Sofa Racer)’ 콘셉트를 채택했다. 시트 소재는 스포츠 패션 업계에서 빌려온 3D 니트 천연 패브릭을 활용했다. 조향 장치는 인피니티 형태의 스티어-바이-와이어 휠, 속도 제어는 항공기 방식의 스로틀 시프터로 구성했다. 운전자와 차량이 교감하는 인터페이스로는 360도 지능형 AI 어시스턴트 ‘샤오미 펄스’와 주행 모드에 따라 인터페이스를 자동 전환하는 ‘샤오미 하이퍼비전’을 탑재했다. 샤오미 특유의 ‘Human×Car×Home’ 전략에 따라 스마트홈 기기와의 연동도 기본 설계에 반영됐다.
전통 완성차의 전유물, 테크 기업이 깼다
샤오미는 이번 콘셉트카 공개와 함께 폴리포니 디지털과의 파트너십을 공식화하며, 비전 그란 투리스모가 그란 투리스모 7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이로써 프로젝트 역사상 36번째 참여 브랜드이자 51번째 콘셉트 차량의 주인공이 됐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벤츠, BMW가 이름을 올린 리스트에 순수 테크 기업으로는 처음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6월,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 전설적인 프로듀서 야마우치 카즈노리가 직접 샤오미 SU7을 시승하면서 협업의 씨앗이 뿌려졌고, 이듬해 런던 e스포츠 그란 투리스모 월드 시리즈 현장에서 하이퍼카 제작 제안이 이뤄졌다. 야마우치 프로듀서는 “샤오미가 낮은 공기 저항과 높은 다운포스 사이의 모순을 해결했다”며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하이퍼카와는 다른, 이 시대의 새로운 기술적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027년 유럽 진출 위한 ‘브랜드 포석’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양산 계획이 없는 버추얼 콘셉트카다. 그러나 이 차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분명하다. 레이쥔 CEO는 2027년 유럽 시장 공식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이며, 영국 내 4년 내 150개 매장, 5년 내 전 세계 샤오미 홈 매장 1만 개 확대 계획도 이미 밝혔다. 뮌헨에는 R&D 센터도 운영 중이다. SU7 울트라가 뉘르부르크링 랩 레코드로 성능을 증명했다면,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수백만 명의 게이머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샤오미’라는 이름을 경험하게 만드는 감성 마케팅 수단이다. 유럽 소비자에게 여전히 스마트폰 브랜드로 각인된 샤오미가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정교한 사전 포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