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원대 전기 픽업… 슬레이트 오토, 9600억 추가 수혈로 양산 시동

제프 베이조스가 뒤를 받친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가 시리즈 C 라운드에서 6억5000만 달러(약 9607억 원)를 끌어모았다. 이번 투자로 창업 이래 누적 조달액은 약 14억 달러(약 2조 692억 원)에 달한다.

라운드를 이끈 것은 구겐하임 파트너스 창업자 마크 월터와 투자자 토머스 툴이 공동 운영하는 TWG 글로벌이다. TWG는 이미 2024년 슬레이트에 지분을 넣은 기존 주주다. 이번에 마련된 자금은 인디애나주 워소 공장 구축과 양산 준비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는 연내 생산 개시, 2026년 말 고객 인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2022년 설립된 슬레이트는 지난해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났다. 처음 내건 승부수는 단 하나였다. 7500달러(약 1108만 원)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를 끼얹으면 2만 달러(약 2956만 원) 아래에서 살 수 있는 전기 픽업트럭. 그 세액공제가 폐지되면서 목표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695만 원) 언저리로 밀려났다. 정식 가격은 6월 사전 주문 개시 시점에 공개된다.

차는 철저히 비워낸 구성으로 나온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도 스피커도 전동 윈도우도 없다. 스틸 휠을 달고 공장 문을 나서는 2인승 픽업트럭이다. 출고 단계에서 선택지는 딱 하나, 주행거리 240㎞짜리 기본 배터리와 386㎞짜리 확장 팩 중 하나를 고르는 것뿐이다. SUV 전환 바디 킷, 라디오, 전동 윈도우, 오픈탑 키트 같은 나머지는 서비스센터나 오너가 손수 얹는다. SUV 전환 키트 가격은 약 5000달러(약 739만 원)로 알려졌다. 회사가 이 차를 ‘블랭크 슬레이트’, 즉 빈 캔버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다. 예약금 50달러(환불 가능)를 낸 사전 예약자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이 5만1000달러(약 7538만 원)를 넘어선 시장에서 3000만 원대 전기차는 분명 강한 카드다.

그렇다고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세액공제 폐지 이후 전기차 수요는 울퉁불퉁하고, 완성차 업체들은 슬그머니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쪽으로 발을 빼고 있다. 중고 전기차 시장에는 이미 더 잘 갖춰진 차가 비슷한 가격에 깔려 있다. 신형 닛산 리프나 부활한 쉐보레 볼트도 3만 달러 아래에서 기본 편의사양을 두루 갖추고 대기 중이다. 다만 이들은 픽업트럭이 아니다. 슬레이트가 노리는 빈자리가 바로 거기다.

투자 구도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TWG와 베이조스는 모두 미국 제조업 재건 기업 리빌드 매뉴팩처링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슬레이트는 이 회사에서 갈라져 나온 스타트업이다. 단순 재무 투자라기보다 산업 생태계를 함께 짜나가는 전략적 베팅에 가깝다. 워소 공장에만 약 4억 달러(약 5912억 원)가 들어가고, 2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덜어낸 전기차’ 실험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느냐다. 16만 명의 예약자가 지갑을 열지, 아니면 발을 뺄지는 6월 가격 공개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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