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GM)가 자사 전기차에 적용되는 양방향 충전 기술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단순 충전을 넘어 차량 배터리 전력을 집이나 전력망으로 다시 보내는 방식이다. 최근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움직이는 대형 배터리’로 활용하려는 흐름과 맞물린다.
GM은 쉐보레 이쿼녹스 EV, GMC 시에라 EV, 캐딜락 리릭 등 주요 전기차에 V2H(Vehicle-to-Home)와 V2G(Vehicle-to-Grid) 기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전 시 집 전력 공급 가능… 전기차가 ‘비상 발전기’ 역할
V2H는 차량 배터리 전력을 가정으로 보내는 기능이다. 정전이 발생하면 차량이 집에 전기를 공급한다. 냉장고나 조명, 인터넷 공유기 같은 필수 가전을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사용하려면 GM 전기차와 전용 양방향 충전기, 연결 장비가 필요하다. 시스템은 정전 발생 시 집 내부 전력망을 외부 전력망과 자동 분리한다. 전기가 공공 전력망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 전력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한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과 폭설, 산불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기반 비상 전력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포드 F-150 라이트닝 역시 비슷한 기능으로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전력망에 전기 되판다… 전기차의 새로운 역할
V2G는 차량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보내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차량 배터리 일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기 요금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지역에서는 전기료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기가 저렴한 심야 시간에 충전한 뒤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일부 전력을 되돌려 보내는 구조다. 일부 지역 전력회사는 참여 차량에 별도 보상도 제공한다.
업계는 이 기술이 앞으로 전력 인프라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증가와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V2G는 수천 대 전기차가 동시에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형 전력망’ 개념에 가깝다. 대형 화력발전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 피크 시간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기차 경쟁, 이제는 ‘배터리 활용’으로 확대
그동안 전기차 시장 경쟁은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도 E-GMP 기반 일부 차량에 V2L(Vehicle-to-Load) 기능을 넣어 캠핑이나 야외 전원 공급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V2G처럼 전력망 연계까지 본격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GM은 이번 기술을 공개하며 전기차를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양방향 충전 지원 여부가 주요 구매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