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사우디 공장에 포드 30년 베테랑 앉혔다…연말 보급형 SUV 양산 채비

루시드(Lucid)가 한 손으로는 미국 직원을 자르고, 다른 손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을 채우고 있다. 그 한가운데, 회사의 운명을 가를 보급형 전기 SUV ‘코스모스(Cosmos)’가 있다.

루시드는 사우디 킹압둘라경제도시(KAEC) 공장 ‘AMP-2’의 수석운영이사로 켈 컨스를 영입했다. 포드(Ford)에서만 30년을 보낸 제조통이다. 운영 총괄인 에이드리언 프라이스 수석부사장이 직접 링크트인에 영입 사실을 올리며 “글로벌 제조 역량을 더했다”고 적었다. 발표는 미국 유일 공장의 대규모 감원을 확정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컨스는 공장을 짓고 돌리는 일로 30년을 채운 인물이다. 포드에서 가장 최근에는 테네시주 전기차 단지 ‘블루오벌시티’를 맡았고, 앞서 태국에서 마즈다(Mazda), 중국에서 창안과의 합작을 이끌었다. 인도 사난드에서는 10억 달러짜리 완성차·엔진 신공장을 맨땅에서 세웠다. 사우디가 그를 데려온 이유가 명확하다.

코스모스는 루시드의 세 번째 모델이자, 럭셔리 세단을 벗어나 대중차 시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가장 싼 트림이 약 5만 달러로, 겨냥하는 상대는 분명하다. 테슬라(Tesla) 모델Y다. 800V 시스템에 69㎾h 배터리를 얹어 1회 충전 약 480㎞를 달리고, 14분 급속충전으로 320㎞를 되찾는다. 사륜구동 기준 시속 100㎞ 도달은 3.5초. 차량은 올여름 베일을 벗고, 1년쯤 뒤 자매 모델 ‘어스’가 합류한다. 같은 5만 달러대 전장에는 리비안(Rivian) R2가 출격을 준비 중이고, 중국에서는 샤오미(Xiaomi) YU7이 올 1월 모델Y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상태다. 코스모스가 들어서는 시장은 갈수록 붐빈다.

루시드가 미국이 아닌 사우디에서 먼저 만드는 데는 분명한 계산이 깔렸다. 타우피크 부사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우디 생산이 미국 조립에 붙는 관세 없이 중국산 부품을 쓰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코스모스는 당분간 사우디에서만 나오고, 미국 생산은 6~12개월 뒤 따라붙는다. 다만 2027년까지 물량을 천천히 늘리는 탓에 올해 출하량에는 거의 보탬이 안 된다. 루시드는 연 2만5000~2만7000대로 잡았던 출하 전망을 일단 접었다.

공장 자체도 탈바꿈 중이다. AMP-2는 2023년 9월 사우디 첫 자동차 공장으로 문을 열었지만, 출발은 미국에서 부품을 받아 에어 세단을 재조립하는 반조립(SKD) 라인이었다. 연 5000대가 한계였다. 루시드는 이를 완전 생산(CBU) 체제로 다시 짓고 있다. 록웰오토메이션의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를 들여 중형차 기준 연 15만대, 단지 전체로는 2029년까지 연 15만5000대 능력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점은 연말. 그러면 애리조나 카사그란데 공장(AMP-1)에 이은 두 번째 양산 거점이 완성된다.

이 모든 그림의 돈줄은 사우디 국부펀드(PIF)다. 지분 약 57%를 쥔 최대주주로, 2018년 이후 90억 달러 넘게 부었고 올 4월 10억5000만 달러 증자에도 5억5000만 달러를 보탰다. AMP-2는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비전 2030’의 간판 사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경제특구에 한국 기업도 링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Hyundai)가 PIF와 7대 3으로 손잡은 합작공장이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고, 사우디 토종 스타트업 시어도 첫 모델을 준비한다. 사우디는 이 단지에서만 연 30만대 생산 체제를 노린다. 다만 지금 실제로 차를 뽑아내는 곳은 루시드뿐이다.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본사 사정은 팍팍하다. 루시드는 컨스 영입을 알린 바로 그 주에 카사그란데 공장을 중심으로 705명을 줄이겠다고 당국에 통보했다. 에어와 그래비티의 생산 2교대를 없애는 조치다. 3분기까지 미국 인력의 약 18%, 1500명을 덜어내는 큰 그림의 일부다. 2023년 이후 네 번째이자 올해만 두 번째 감원이다. 6월 1일 취임한 실비오 나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회사를 단순하게 만들고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 규정했다. 성적표가 그 절박함을 설명한다. 1분기 매출은 2억825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0%가량 늘었지만 순손실은 약 10억 달러. 그래비티 판매 중단 29일이 겹치며 인도량은 3093대로 42% 쪼그라들었다.

결국 루시드의 승부처는 사우디 사막 한복판이다. 미국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번 시간을, 코스모스가 굴러 나오는 순간으로 모두 밀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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