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만으로 하루 출퇴근 거리를 충당한다는 전기차가 실제 시험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압테라(Aptera)의 태양광 전기차가 외부 충전 없이 햇빛만으로 하루 최대 4.75kWh의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약 76km에 해당한다.
특히 태양을 따라 차량의 방향을 바꾸거나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세워둔 상태에서도 4.23kWh를 확보했다. 압테라가 목표로 제시해온 ‘하루 태양광 주행거리 40마일(약 64km)’을 넘어선 결과다.

이번 시험은 압테라가 자체적으로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독일 시험·인증기관 TÜV 라인란드가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 있는 압테라 시설에서 사흘 동안 직접 측정했다.
측정 방식도 태양광 패널의 이론적인 발전량과 차이가 있다. TÜV 라인란드는 자체 계측 장비를 사용해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한 전력뿐 아니라 변환 과정의 손실을 거쳐 실제 고전압 배터리에 들어간 에너지까지 측정했다.
시험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조건으로 진행했다.

첫째 날에는 차량을 한곳에 주차한 뒤 해가 질 때까지 그대로 뒀다. 트렁크도 닫은 상태였다. 이 조건에서 배터리에 들어간 전력은 4.23kWh였다. 압테라가 목표로 하는 전비인 1마일당 100Wh를 적용하면 약 42마일, 68km를 달릴 수 있는 양이다.
둘째 날에는 태양이 가장 높은 정오 무렵 차량 방향을 한 차례 바꿨다. 발전량은 4.40kWh로 늘었고 예상 주행거리는 약 44마일, 71km를 기록했다.
셋째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후방 해치를 들어 올려 태양을 향하도록 하고 차량 방향도 한 차례 조정했다. 이른바 ‘솔라 맥싱(Solar Maxing)’ 조건이다. 이때 4.75kWh를 배터리에 저장해 약 47마일, 76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첫째 날이다. 태양광 자동차가 실생활에서 유용하려면 운전자가 매번 차량을 태양 방향으로 돌리거나 패널 각도를 조절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압테라는 차량을 하루 종일 세워놓는 가장 일반적인 조건에서도 목표치인 4kWh를 넘어섰다.
가능한 이유는 압테라의 높은 효율에 있다. 일반 자동차처럼 생긴 차체에 태양광 패널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차량 자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압테라는 앞바퀴 두 개와 뒷바퀴 한 개를 사용하는 3륜 구조를 채택했다. 물방울에 가까운 유선형 차체로 공기저항을 줄이고 차량 곳곳에 곡면 태양광 셀을 배치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1마일당 약 100Wh다. 1km를 달리는 데 약 62Wh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같은 양의 태양광을 받아도 차량의 에너지 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로 환산했을 때 효과가 커진다.
다만 이번 결과를 모든 지역에서 매일 68~76km를 무료로 달릴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시험은 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7월 맑은 날을 골라 진행했다. 실제 발전량은 계절과 지역, 날씨, 주차 방향, 주변 건물이나 나무의 그늘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겨울철이나 흐린 날이 많은 지역에서는 태양광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압테라 역시 태양광 충전만 가능한 자동차는 아니다. 일반 전기차처럼 외부 전원을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태양광은 외부 충전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주차해 있는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주행거리를 추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문턱도 남아 있다.
압테라는 2026년형 론치 에디션에 대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적합성 인증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나머지 규제 및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 준비도 초기 단계다. 압테라는 최근 첫 양산차 40대에 사용할 차체와 섀시를 발주했다. 부품은 오는 10월부터 들어올 예정이며, 중국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체 론치 디자인(Launch Design)과 협력해 올해 4분기 첫 40대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대량생산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압테라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010만달러를 보유했고 상반기 순손실은 211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역시 생산 확대를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태양광 자동차를 둘러싼 도전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차체에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양산차가 등장했고 태양광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트업도 있었지만, 제한적인 발전량과 높은 개발·생산 비용 때문에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웠다.
압테라가 다른 접근을 택한 부분은 태양광 패널의 발전량 자체를 크게 늘리는 대신 차량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줄였다는 점이다. 이번 TÜV 라인란드 시험은 적어도 맑은 날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이 방식으로 하루 수십km의 실질적인 주행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