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어도 2톤이 짓누른다…굿우드 기록 세운 전기 팬카 양산형 공개

멈춰 선 상태에서도 2톤의 다운포스(차체를 지면으로 누르는 힘)를 만들어내는 1인승 전기 레이스카가 양산형으로 완성됐다. 영국 소량생산 업체 맥머트리 오토모티브(McMurtry Automotive)가 서킷 전용 전기차 스피어링 퓨어(Spéirling PURE)의 최종 양산 사양을 공개했다. 2022년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힐클라임에서 39초08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던 바로 그 팬카의 시판 버전이다.


스피어링의 핵심은 차체 뒤쪽에 달린 두 개의 고속 팬이다. 이 팬은 분당 최대 2만3,000번 돌며 밀폐된 차체 바닥 아래 공기를 빨아들여 뒤로 뿜어낸다. 덕분에 주행 속도와 상관없이, 심지어 시속 0㎞의 정지 상태에서도 최대 2톤에 달하는 다운포스가 생긴다. 빠르게 달려야 날개로 다운포스를 얻는 보통의 레이스카와 달리, 이 차는 멈춰 있을 때부터 노면을 움켜쥔다. 운전자는 코너에서 3G, 제동 시 3G의 힘을 견딘다. 공기를 뿜을 때 나는 소리는 제트 엔진을 닮았다. 팬으로 다운포스를 만드는 방식은 과거 F1의 브라밤 BT46 ‘팬카’로 유명했다가 금지된 기술인데, 맥머트리가 이를 전기차에 되살렸다.


체감 성능은 F1 수준을 겨냥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까지 1.55초에 끊고, 최고 속도는 전자적으로 시속 305㎞에서 묶었다. 하드웨어는 100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헬릭스(Helix)제 전기모터로 짰다. 프로토타입의 60kWh 배터리를 키워 주행 거리를 늘렸고, 시스템 출력은 약 1,014마력(1,000bhp)에 이른다. 서킷에서 LMP2 프로토타입급 페이스로 40~50㎞를 달리는 용량이다.


맥머트리는 프로토타입에서 부품의 약 95%를 새로 개발했다. 냉각 장치를 차체 뒤에서 앞으로 옮겨 후미 공기 흐름을 정리했고, 팬 날개와 바닥 밀폐용 스커트의 내구성을 높여 수천 ㎞의 가혹한 주행을 견디도록 했다. 팬이 두 개여서 한쪽이 멈춰도 차량 제어에는 문제가 없다. 실내는 팔꿈치·다리 공간을 넓혀 신장 2m가 넘는 운전자도 앉는다.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 브레이크등을 달아 해질 무렵 주행까지 대비했다. 조향은 전기식에서 F1식 유압 방식으로 바꿔 손맛을 살렸다. 타이어는 미쉐린(Michelin) 레이스 슬릭, 브레이크는 브렘보(Brembo) 6피스톤 카본세라믹을 쓴다.


트랙 운용의 번거로움도 줄였다. 보통 이 정도 레이스카는 엔지니어와 정비사로 이뤄진 대규모 팀이 필요하지만, 스피어링 퓨어는 운전자와 동승자 두 사람이면 서킷에서 다룬다. 옵션으로 나오는 100kWh 이동식 파워뱅크를 쓰면 피트에서 충전이 가능하고, 급속 충전기로는 20~60분 만에 20%에서 95%까지 채운다.


차량은 영국 코츠월드의 새 공장에서 주문자 사양에 맞춰 손으로 만든다. 시트는 르망 프로토타입처럼 주인의 몸에 맞춰 뜬다. 기본 가격은 99만5,000파운드로, 환율에 따라 약 18억 원 수준이다. 세금과 운송비, 개별 옵션은 별도다. 첫 고객 인도는 2026년 중 시작하며, 오는 7월 9~12일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전시된 뒤 8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더 퀘일’ 행사에서 대중에 공식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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