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 상공을 가로지른 드론 카메라가 심상치 않은 장면을 잡아냈다. 출고 대기 구역에 테슬라(Tesla) 사이버캡(Cybercab) 14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고, 스티어링 휠을 단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X 유저 조 텍트마이어가 공개한 이 영상에 테슬라 팬들과 투자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쏠렸다. 그는 “4월 20일부터 훨씬 많은 대수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대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다.
사이버캡은 2024년 10월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2인승 전기 로보택시다. 스티어링 휠도, 페달도 없다. 운전자가 탈 자리 자체를 없앤 완전 자율주행 전용 구조다. 판매 목표가는 3만 달러(약 4200만 원) 이하. 2월 중순 기가텍사스에서 첫 양산 차량이 라인을 통과했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4월 본격 양산과 올해 안 첫 고객 인도를 공언했다.
테스트 기간에는 도로 안전 요건을 맞추기 위해 스티어링 휠과 페달, 사이드 미러를 임시로 달았다. 테슬라는 이 장치들이 양산 제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출고장에 핸들 없는 사이버캡이 줄지어 선 것은 테스트 단계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신호다.
생산 방식도 전례가 없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특허를 취득한 ‘언박스드(Unboxing)’ 공법을 사이버캡 라인에 처음 적용하고 있다. 차체를 들어올려 조립하는 기존 방식을 뒤집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최종 목표는 10초에 한 대, 궁극적으로는 5초에 한 대다. 자동차 역사에 없던 숫자다. 머스크 스스로도 “초기 생산 속도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변수도 쌓여 있다. 양산을 이끌던 핵심 임원 3명이 불과 5주 사이에 회사를 떠났다. 기가텍사스 조립·품질 검증 총괄 마크 럽키, OTA 업데이트 및 로보택시 플랫폼 구축을 담당한 소프트웨어 디렉터 토마스 드미트릭이 대표적이다. 럽키는 첫 양산 차량 출고 하루 만에 퇴사를 알리는 글을 X에 올렸다. 제품은 나왔지만 이를 만든 사람들이 떠났다는 상황이 불안 요소로 남는다.
규제 문턱도 여전히 높다. 미국 하원이 스티어링 휠 없는 차량 운행을 허용하는 ‘자율주행법(Self Drive Act) 2026’을 2월 찬성 12 대 반대 11의 한 표 차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5개 주에서 공도 테스트가 진행 중이고, 알래스카 혹한 시험도 시작됐다. ‘사이버카(Cybercar)’, ‘사이버비이클(Cybervehicle)’ 상표 출원은 일부 주에서 ‘캡’, ‘택시’라는 표현이 막혀 있는 현실을 우회하려는 포석이다.
월가도 갈린다. 웨드부시는 목표 주가 600달러를 유지하며 “사이버캡 생산이 테슬라 AI 가치를 여는 황금 거위”라고 했고, 볼프 리서치는 로보택시 매출이 2035년 25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정반대로 투자의견 ‘비중 축소’에 목표 주가 145달러를 고수하며 60%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UBS는 이번 주 매도 의견을 거둬들이며 위험 대비 보상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경쟁 전선은 빠르게 넓어진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이미 여러 미국 도시에서 무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우버(Uber)는 리비안(Rivian)에 최대 1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R2 기반 로보택시 5만 대를 2031년까지 3개국 25개 도시에 투입하기로 했고, 루시드(Lucid)도 2인승 전용 로보택시 콘셉트 ‘루나(Lunar)’를 공개해 현 로보택시 대비 운용 비용 40% 절감을 내세웠다.
테슬라는 오는 2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사이버캡 생산 속도와 연내 도시 확장 계획이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시될지, 시장의 눈이 그 숫자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