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다, 4,171mm 전기 크로스오버 ‘에픽’ 공개…”실용성으로 승부”

스코다(Skoda)가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전동화 공세에 또 하나의 패를 꺼냈다. 5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움벨트 아레나에서 공개된 순수 전기 컴팩트 크로스오버 ‘에픽(Epiq)’이 그 주인공이다. 같은 MEB+ 플랫폼을 공유하는 폭스바겐 ID. 폴로, 쿠프라(Cupra) 라발과 형제지간이지만, 스코다가 에픽에 걸어온 방향은 선명하게 다르다. 성능이나 스포티함 대신 실용성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차체를 보면 의도가 바로 읽힌다. 전장 4,171mm로 피아트(Fiat) 600e와 동일하지만, 전고는 1,581mm로 한층 높고 각진 형태다. 차체를 키우지 않고도 실내 공간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박스형 차체를 선택한 것이다. 덕분에 트렁크 기본 용량은 475L에 달하며, 전면부 프렁크 25L, 글로브박스와 센터 암레스트 수납 공간 28L를 더하면 상당한 수납 여력을 확보했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344L까지 늘어난다. 보도 사진만 보면 실제보다 훨씬 큰 차처럼 보인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덩어리감 때문이다.

외관은 스코다의 신규 디자인 언어인 ‘모던 솔리드(Modern Solid)’를 처음으로 완전히 구현한 양산차다. 대형 전기 SUV인 에뇨크(Enyaq), 엘로크(Elroq)와 공유하는 ‘테크 덱 페이스(Tech Deck Face)’, T자형 LED 라이트 시그니처, 로어 범퍼의 세로형 스트레이크 디테일이 적용돼 한눈에 스코다 전기차임을 알 수 있다. 17인치 휠이 기본이며 최대 20인치까지 선택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세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에픽 35는 37.5kWh(공칭 38.5kWh)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84kW(114마력) 전기 모터를 조합해 WLTP 기준 최대 31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최고 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0%에서 80%까지 33분이 걸린다. 에픽 40은 배터리는 같은 LFP 팩을 유지하되 모터를 99kW(133마력)로 키워 90kW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충전 시간은 25분으로 줄고, 0→100km/h 가속도 9.8초로 1초 이상 단축된다.

라인업 정점인 에픽 55는 성격이 달라진다. 51.5kWh(공칭 55kWh)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44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최고출력도 154kW(208마력)로 끌어올렸다. 105kW 급속 충전 시 10→80% 충전에 24분이면 충분하고, 제로백도 7.1초로 전 트림 중 가장 빠르다. 전 트림 모두 전륜구동 단일 사양이며, MEB+ 플랫폼 구조상 사륜구동 옵션은 제공되지 않는다.

실내는 13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중심을 잡는다. 5.3인치 디지털 계기반, 무선 충전 패드, 앰비언트 라이팅, 친환경 소재 마감이 기본 구성에 포함된다. 앞좌석 사이 센터 에어백도 기본 장착된다. 선택 사양으로는 신호등 감지 및 자동 정차 기능을 갖춘 ‘트래블 어시스트 3.0’과 자동 주차 기능이 준비된다.

가격이 이 차의 핵심이다. 유럽 기준 에픽 35의 시작 가격은 약 2만 6,000유로로 책정됐다. 내연기관 카미크(Kamiq)와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전기차에 붙어 온 ‘가격 프리미엄’을 걷어내고, 동급 내연기관과 동등한 조건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유럽 출시는 잘 갖춰진 퍼스트 에디션(First Edition) 모델을 우선 3만 2,100유로부터 주문받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기본 트림은 순차적으로 판매에 나선다.

스코다 에픽이 겨냥하는 시장은 르노(Renault) 4, 기아(Kia) EV2, 푸조(Peugeot) e-2008 등 최근 유럽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소형 실용 전기 크로스오버 세그먼트다. 폭스바겐 그룹의 전동화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스코다 특유의 공간 효율과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삼는 전략은 에뇨크와 엘로크에서 이미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에픽은 그 공식을 가장 대중적인 가격대로 내려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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