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프랑스서 만들면 그만”…중국 보야 EV, 유럽 현지 생산 확정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중국 국영 자동차 업체 둥펑자동차(Dongfeng)와 유럽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둥펑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보야(Voyah) 차량을 프랑스 렌(Rennes)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프(Jeep), 램(Ram), 피아트(Fiat) 등 15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의 유럽 현지 생산을 잇달아 수용하면서, 유럽 완성차 업계의 판도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은 스텔란티스가 지분 51%, 둥펑이 49%를 갖는 구조로, 본사는 유럽에 두고 스텔란티스가 경영권을 쥔다. 판매·유통에서 시작해 생산·구매·연구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보야는 이미 40개국 이상에 240곳이 넘는 해외 판매망을 운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유럽 심화·중동 진출·우핸들 시장 진입’을 3대 전략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공세를 선언한 바 있다.

생산 거점으로 낙점된 렌 공장은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스텔란티스의 주요 시설로, 최대 3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연간 40만 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시트로엥(Citroën) C5 에어크로스 한 차종만 만들며 가동률이 3분의 1에 그친다. 직원 수도 1980년대 초 1만2000명에서 현재 2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스텔란티스 입장에서는 놀리던 설비를 활용하면서 수익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둥펑 회장 양칭은 “기술·브랜드·글로벌 시장에서의 시너지를 통해 합작법인의 가치를 높이고, 둥펑의 글로벌 확장과 스텔란티스의 전략적 전환을 함께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양사 협력의 두 번째 연장선이다. 지난 15일에는 둥펑의 우한 공장에서 푸조(Peugeot)와 지프 신차 4종을 생산해 중국 내수와 해외에 수출하는 계약이 먼저 체결됐다. 2027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둥펑은 스텔란티스 지분 약 1%를 보유한 역사적 파트너이기도 하다. 양측은 2021년 PSA-피아트 크라이슬러 합병으로 스텔란티스가 출범하기 전부터 둥펑 푸조-시트로엥 자동차(DPCA)라는 중국 합작법인을 공동 운영해 왔다.

스텔란티스가 중국 업체와 이런 구조의 협력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프모터(Leapmotor)와의 합작이 이미 진행 중이다. 스텔란티스가 51% 지분을 쥔 리프모터 인터내셔널은 스페인 사라고사(Zaragoza) 공장에서 B10 전기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고 있다. 리프모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스텔란티스의 유럽 내 다른 여유 공장에서도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오펠(Opel)이 리프모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 크로스오버를 출시할 계획도 있어, 중국 기술 기반 유럽 브랜드 차량이 조만간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배경에는 EU의 관세 장벽이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기본 10%에 더해 최대 35%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붙는다. 현지 생산으로 이 부담을 없애는 것이 중국 업체들의 공통 전략이다. 비야디(BYD)는 헝가리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고, 체리(Chery)는 스페인 에브로(Ebro)와 손잡고 바르셀로나의 구 닛산(Nissan) 공장을 활용한다. 샤오펑(Xpeng)과 광저우자동차(GAC)는 오스트리아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에 조립을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둥펑은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321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보야가 유럽에서 사실상 무명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나 둥펑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400만 대를 목표로 제시한 상태로, 렌 공장은 그 목표를 향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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