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처음으로 완전 전동화…GT 4도어 쿠페 세계 최초 공개

브랜드의 세계 초연 무대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대형 무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SC)급 조명 연출, 경쟁사를 의식한 규모 경쟁이 이제 자동차 발표회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메르세데스-AMG(Mercedes-AMG)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아예 ‘아우토반’을 통째로 LA로 공수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각), AMG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6번가 다리(6th Street Bridge)를 독일 아우토반으로 둔갑시켰다. 다리 전체를 통제하고 초대형 LED 벽에 아우토반 표지판을 띄웠다. 속도 제한 없는 고속도로의 상징을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으면 딱지가 날아오는 캘리포니아 한복판에 세워놓은 것이다. 이 무대에서 공개된 차는 새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Mercedes-AMG GT 4-Türer Coupé)다. AMG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완전 전동화를 선택한 4도어 고성능 쿠페다.

발표 현장에는 500명 이상의 초청객이 모였다. 세 대의 신차가 캘리포니아의 저녁노을 속으로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했고, 차들이 돌아오자 문을 열고 내린 것은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메르세데스 F1 드라이버 조지 러셀(George Russell)이었다. 피트는 AMG의 새 광고 캠페인 얼굴로, 지난해 공개된 F1 영화 촬영 과정에서 상당한 드라이빙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1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는 키미 안토넬리(Kimi Antonelli)와 배우 가브리엘 막트(Gabriel Macht)도 행사장을 찾았고, 팝 펑크 밴드 블링크-182(Blink-182)의 단독 공연이 밤을 마무리했다.

볼거리로 가득했지만 핵심은 기술이다. 새 GT 4도어 쿠페는 AMG가 2021년 인수한 영국 전문업체 야사(YASA)와 공동 개발한 액시얼 플럭스 모터 3기를 탑재한다. 후륜축에 2기, 전륜축에 1기가 놓이는 구조다. 기존 래디얼 모터와 달리 전자기 플럭스가 회전축과 평행하게 흐르는 액시얼 플럭스 방식은 같은 출력을 훨씬 얇은 패키지에 담아낼 수 있다. 후륜 각 모터의 너비는 8센티미터, 전륜 모터는 9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이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출시 라인업은 두 가지다. GT 55 4MATIC+는 최고출력 600kW(816마력), GT 63 4MATIC+는 론치 컨트롤 기준 최대 860kW(1,169마력)를 낸다. GT 63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은 2.1초, 200킬로미터까지는 6.4초다. 최고속도는 300km/h. 이 모든 것이 새 AMG.EA 800V 플랫폼 위에 올려졌다.

충전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최대 직류 충전 속도는 600kW로, 10분 충전에 460킬로미터의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배터리 10%에서 80%까지는 11분이면 충분하다. 배터리는 전기 비전도성 오일로 직접 냉각되는 원통형 셀 2660개로 구성된다.

전동화를 택했지만 AMG는 ‘감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AMG FORCE S+ 드라이빙 모드에서는 AMG GT R 엔진에서 녹음한 1600개 이상의 사운드 파일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V8 엔진음을 재현한다. 스티어링 패들을 당기면 트윈 클러치 변속기를 모사한 촉각 피드백도 느낄 수 있다.

AMG.EA 플랫폼의 포부는 이 차 한 대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풀사이즈 SUV와 SUV 쿠페 두 모델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생산은 2026년 여름 독일 진덴피겐(Sindelfingen) 공장에서 시작되며, 연내 출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격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전작인 AMG 63 S E 퍼포먼스의 시작가가 약 208,000유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신형은 230,000유로를 훌쩍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 상대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Porsche Taycan Turbo GT), 아우디 RS e-트론 GT 퍼포먼스(Audi RS e-tron GT performance),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Lucid Air Sapphire)다.

AMG 대표 미하엘 시베(Michael Schiebe)는 “이런 성능을 갖춘 차는 한계 없는 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래서 아우토반을 LA로 가져왔다”고 했다. AMG가 전동화 시대에도 자신들의 언어를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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