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나도 집에 전기 공급”… 폴스타의 새로운 실험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가정용 전력 저장장치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이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집에 전기를 공급하고, 남는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판매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폴스타(Polestar)가 덴마크 충전 인프라 업체 클레버(Clever)와 손잡고 양방향 충전(V2X) 실증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를 거대한 이동식 에너지 저장장치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클레버는 현재 덴마크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를 두고 “60만 개 이상의 대형 파워뱅크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일반 가정용 ESS보다 훨씬 크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증한다.

먼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차량 전기로 집을 운영하는 V2H(Vehicle to Home) 기능이다.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에는 차량 배터리 전기를 우선 사용해 가정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V2G(Vehicle to Grid)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차량 전기를 공공 전력망으로 다시 공급해 전력 안정화에 활용한다.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ESS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지막은 정전 상황 대응이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차량이 비상 발전기처럼 집에 전기를 공급하는 ‘아일랜드 모드’ 기능도 시험한다.

이번 실증에는 양방향 충전을 지원하는 DC 월박스가 덴마크 일부 가정에 설치된다. 클레버는 이를 “완전한 V2X 솔루션 형태의 첫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2026년 가을까지 진행된다.

실증 차량은 폴스타 4다. 현재 판매 중인 폴스타 4는 기본적으로 양방향 충전을 지원하지 않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기능을 활성화했다. 폴스타는 향후 OTA 업데이트를 통해 상용 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전기차 시장의 다음 단계로 보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전기차 경쟁이 주행거리와 충전속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플랫폼’ 역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안정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생산량 변동성이 큰 만큼, 대규모 배터리 인프라 확보가 필수다. 전기차 수백만 대를 연결하면 사실상 초대형 분산형 ESS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유럽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사례도 등장했다. 르노는 2024년 프랑스에서 V2G 서비스를 시작했고, BMW와 E.ON도 2026년 독일에서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폭스바겐 상용차 역시 독일 에너지 기업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배터리 수명 저하 문제와 충·방전 효율, 국가별 전력 규제, 충전 인프라 표준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차량 제조사마다 지원 방식이 달라 소비자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방향성이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 앞으로 전기차는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기계가 아니라,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거대한 에너지 인프라 일부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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