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또 한 번 뉘르부르크링에서 화제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랩타임 경쟁이 아니다. 운전석에 아무도 앉지 않은 상태로 YU7 GT가 노르트슐라이페를 한 바퀴 완주했다. 샤오미가 공개한 기록은 10분 29초 483.
기록만 놓고 보면 빠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같은 차량을 인간 드라이버가 몰았을 때 기록한 7분 34초 931보다 약 3분 가까이 느리다. 하지만 이번 도전의 포인트는 속도가 아니라 ‘무인 주행’ 자체에 있다.
노르트슐라이페는 길이만 약 20.8km에 달하며 150개가 넘는 코너와 고저차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킷으로 꼽힌다. 그런 곳을 양산 SUV가 스스로 판단하며 한 바퀴 돌았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장면이다.
기록보다 눈길 끈 주행 방식
공개된 온보드 영상을 보면 YU7 GT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보수적으로 움직인다.
브레이크 시점은 프로 드라이버보다 훨씬 이르고, 연석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코너에서도 공격적으로 진입하기보다는 항상 여유를 남긴 채 주행한다. 랩타임을 노리는 레이싱보다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가깝다.
그래서 3분이라는 큰 격차가 발생했다.
참고로 인간 드라이버가 기록한 7분 34초 931은 SUV 기준으로도 상당히 빠른 기록이다. 샤오미는 이 기록으로 기존 최상위권 SUV였던 Audi RS Q8 Performance와 Porsche Cayenne Turbo GT보다 앞선 랩타임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SUV에 1003마력
차량 성능 자체도 만만치 않다.
YU7 GT는 897V 전기 아키텍처와 101.7kWh 삼원계 리튬 배터리를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738kW(1003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2.92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300km에 달한다.
SUV 차체에 1000마력 이상을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슈퍼카 영역에 가까운 수치다. 여기에 15분 충전으로 최대 57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 성능까지 갖췄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
다만 이번 기록에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차량이 노르트슐라이페 데이터를 얼마나 학습했는지, 원격 개입이 가능한 구조였는지, 특정 구간을 반복 학습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또한 서킷 전체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다른 차량을 추월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다. 일반 도로 환경과 비슷한 복잡한 변수 대응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번 기록을 자율주행의 완성형이라기보다 기술 시연에 가깝게 보고 있다.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사실 10분 29초라는 숫자 자체는 뉘르부르크링 기준으로 특별한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노르트슐라이페를 양산 SUV가 운전자 없이 완주했다는 사실은 이야기가 다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은 고속도로 차선 유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1000마력 전기 SUV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서킷을 스스로 달리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아직 인간 드라이버를 따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기록은 랩타임 경쟁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샤오미 역시 “이번 기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다. 다음 도전에서는 얼마나 인간의 주행에 가까워질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