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GM 지분 전량 인수…미국 첫 단독 배터리 공장 확보

삼성SDI(Samsung SDI)가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GM)와 세웠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단독 소유로 전환한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생산 투자 방식은 바꾸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는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SDI는 이번 결정으로 북미 첫 단독 배터리 생산거점도 확보하게 됐다.

삼성SDI는 GM과 차세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고에너지밀도와 급속충전 기술을 적용한 각형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향후 GM의 전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터리 개발 협력과 동시에 기존 합작법인 운영 방식은 완전히 바꾼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설립한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 지분 49.99%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삼성SDI가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한다. 두 회사는 2024년 약 35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연간 27GWh 규모로 생산을 시작한 뒤 최대 36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당초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합작공장은 정리하지만 배터리 협력은 계속

이번 지분 인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천천히 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능력과 투자계획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삼성SDI와 GM 역시 합작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대신 각자 생산 전략을 가져가면서 필요한 기술은 함께 개발하는 쪽으로 협력 방식을 바꿨다.

공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성SDI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현재 건설 중인 뉴칼라일 공장을 삼성SDI가 직접 운영하면서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공장이 완공되면 우선 ESS용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고, 향후 GM과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각형 배터리 생산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삼성SDI가 북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미국 고객사와 2조원이 넘는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도 미국 에너지 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각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3월 계약 물량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에서 운영하는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 역시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는 기존 하이니켈 NCA 배터리와 함께 ESS용 LFP 배터리 양산도 추진한다.

전기차 공장에 ESS 더한다…북미 배터리 업계 공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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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 생산에 활용하는 움직임은 삼성SDI만의 전략도 아니다.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한 반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 저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북미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ESS로 돌리고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의 일부 생산능력을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SDI로서는 뉴칼라일 공장을 단독 운영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전기차와 ESS 물량을 보다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합작사와 생산계획을 조율해야 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삼성SDI가 직접 투자와 제품 구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다.

반면 GM과의 관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가 별도의 공동개발 협약을 새로 체결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이번에 개발하는 차세대 각형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빠른 충전 성능에 초점을 맞춘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각형 배터리를 ‘프리즘스택(PrismStack)’이라는 이름으로 알리고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미국에서 보유한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도 1200여건에 이른다.

결국 이번 결정의 핵심은 삼성SDI와 GM의 협력 축소라기보다 협력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대규모 합작공장을 세우던 단계에서 벗어나, 생산시설은 삼성SDI가 직접 운영하고 GM은 필요한 차세대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다시 나눴다.

동시에 삼성SDI는 뉴칼라일 공장을 ESS 생산거점으로 활용해 당장 커지고 있는 북미 전력저장 시장까지 겨냥한다.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이후 전기차 수요가 다시 확대되면 GM과 공동 개발한 각형 배터리까지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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