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Lucid)가 내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중형 전기 SUV 코스모스의 목표 주행거리가 윤곽을 드러냈다. 시작 가격을 5만달러 아래로 낮추면서 1회 충전으로 400마일(약 644km) 이상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양산에 성공하면 테슬라 모델 Y와 리비안 R2 등이 경쟁하는 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주행거리가 코스모스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실비오 나폴리 루시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스모스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묻는 질문에 “400마일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개발 중인 만큼 확정된 인증 수치는 아니다. 루시드 역시 현재 공개한 수치는 잠정적인 목표이며, 미국 EPA와 유럽 WLTP 기준의 공식 주행거리는 출시가 가까워진 뒤 발표할 예정이다.
400마일을 실제 EPA 인증에서도 달성한다면 코스모스는 가격과 주행거리의 조합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 Y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은 EPA 기준 357마일(약 575km) 수준이며, 리비안 R2 역시 현재 공개된 수치로는 400마일에 미치지 못한다.
69kWh로 483km 노리는 루시드…핵심은 ‘큰 배터리’ 아닌 효율

코스모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주행거리가 길어서가 아니다. 루시드는 대용량 배터리를 넣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보다 전력 효율을 높여 배터리 크기와 비용을 함께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3월 투자자의 날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루시드는 코스모스 AWD가 약 69kWh 배터리로 300마일(약 483km)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 전비는 최대 4.5마일/kWh(약 7.2km/kWh)다. 루시드는 같은 300마일을 달리는 경쟁 전기 SUV보다 작은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어 배터리 셀 비용에서도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400마일을 넘기는 장거리 사양에는 더 큰 배터리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계산으로는 90kWh 안팎을 예상할 수 있지만 배터리 용량과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EPA 주행거리는 구동 방식과 휠·타이어,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 소프트웨어 설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스모스의 목표 공기저항계수(Cd)는 0.22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를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최근 공개된 디자인에서도 루프라인을 뒤쪽으로 완만하게 낮추고 차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등 공력 성능을 고려한 흔적이 뚜렷하다.
차세대 ‘아틀라스’ 구동계 적용…가볍고 단순하게

새로운 아틀라스 드라이브 유닛도 코스모스의 핵심 기술이다. 루시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그래비티에 사용하는 기존 구동계보다 부품 수를 30% 줄였다. 루시드는 구동계를 작고 가볍게 만들면서 효율과 생산 비용까지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스모스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어와 그래비티가 루시드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고가 전기차였다면 코스모스는 이 기술을 보다 대중적인 가격대로 끌어내려야 하는 모델이다. 루시드는 코스모스와 어스 등 새로운 중형 플랫폼 기반 전기차의 시작 가격을 5만달러(약 6900만원) 미만으로 잡고 있다.
차량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무작정 키우지 않고 높은 전비로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면 가격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루시드가 코스모스를 통해 강조하는 ‘효율’이 단순한 주행거리 경쟁을 넘어 원가 절감 전략과 연결되는 이유다.
충전 성능도 이에 맞춰 개선한다. 루시드는 중형 플랫폼에서 급속충전으로 약 14분 만에 최대 200마일(약 322km)의 주행거리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12마일 달리는 에어 기술, 5만달러 SUV로 내려온다
루시드는 이미 장거리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미국 EPA 기준 최대 512마일(약 824km)을 인증받았고, 대형 SUV 그래비티 그랜드 투어링 역시 최대 450마일(약 724km)의 EPA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코스모스는 이 같은 고효율 전기차 설계 기술을 한 단계 낮은 가격대에 적용하는 첫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가 지난 3월 공개한 중형 전기차 전략 역시 주행거리와 성능뿐 아니라 생산 공정 단순화와 부품 원가 절감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도 중요하다. 에어와 그래비티만으로는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5만달러 이하부터 시작하는 코스모스가 사실상 루시드의 첫 대량 판매 모델 역할을 맡는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루시드는 코스모스 출시를 당초 계획보다 늦춰 2027년으로 조정했다. 나폴리 CEO는 품질과 생산 공정의 목표를 충족하기 전에는 출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올해 2분기 루시드는 4774대를 생산하고 3953대를 고객에게 인도했으며, 경영진 개편과 조직 단순화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코스모스의 성패는 현재 제시한 숫자를 양산차에서 얼마나 그대로 구현하느냐에 달렸다. 5만달러 미만의 시작 가격과 400마일 이상의 주행거리, 높은 충전 효율을 동시에 달성한다면 코스모스는 모델 Y와 R2가 주도할 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단순한 신차 이상의 존재감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