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가 파산한 지 2년여 만에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파산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피스커 오션을 구입한 스웨덴 소비자들도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당초 요구했던 금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피스커의 스웨덴 파산재단 자산은 약 600만크로나(약 8억8000만원)로 평가됐다. 우선변제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남은 금액 가운데 약 250만크로나(약 3억7000만원)가 합의에 참여하는 오션 소유자들에게 돌아간다.
소유자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4만1000크로나다. 한화로 약 600만원 수준이다.
당초 오션 소유자들은 1인당 14만7800크로나를 요구했다. 약 21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피스커가 파산하면서 사실상 사라진 차량 보증과 공급받지 못한 부품 등 향후 발생할 부담을 반영했다.

하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은 요구액의 약 28%에 그친다. 차량 자체의 가치 하락이나 향후 유지·보수에 들어갈 비용까지 고려하면 오너들이 입은 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파산 절차를 담당한 법률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전체 보상액보다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관련 법률 비용은 약 340만크로나(약 5억원)에 달했다. 오션 소유자들이 나눠 갖는 250만크로나보다 약 90만크로나 많다.
노르웨이 상황은 규모가 더 크다. 현지 피스커 법인이 떠안은 부채는 총 6억2000만노르웨이크로네(약 9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4억5700만크로네가 마그나 슈타이어에 대한 채무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위탁생산 전문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는 피스커를 대신해 오션을 생산했던 업체다.
피스커는 한때 테슬라를 뒤쫓을 유력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BMW와 애스턴마틴 등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헨릭 피스커가 설립했고, 첫 양산 모델 오션으로 전기 SUV 시장에 도전했다.
오션 자체의 상품성이 처음부터 크게 떨어졌던 것은 아니다. 최대 113kWh급 배터리와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 등을 갖췄고, 유럽 WLTP 기준 일부 모델은 700km가 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기도 했다.
문제는 양산 이후였다. 소프트웨어 오류와 각종 품질 문제가 이어졌고 서비스망과 부품 공급 체계도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판매 부진과 현금 부족까지 겹치면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결국 피스커는 2024년 6월 미국에서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회사는 자산을 5억10억달러, 부채를 1억5억달러 규모로 신고했다. 자동차 생산도 중단됐다.
회사 파산은 차량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에게 더 큰 문제를 남겼다. 일반적인 자동차라면 제조사가 책임질 보증수리와 소프트웨어 지원, 부품 공급 등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은 최신 전기차는 제조사가 사라졌을 때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단순히 부품을 확보해 기계적인 고장을 수리하는 것만으로 차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션 소유자들은 결국 직접 해결책을 마련했다. 피스커 오너스 어소시에이션(FOA)을 조직해 차량 수리 정보와 정비 방법을 공유하고 부품 및 기술 지원망을 구축했다. 제조사가 사라진 자동차를 소비자들이 직접 유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차량의 소프트웨어도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미국 뉴욕의 리스업체 아메리칸 리스가 2024년 피스커로부터 오션 약 3000대와 관련 소프트웨어 자산을 인수하면서다. 이후 오션에는 제한적이나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피스커의 실패는 헨릭 피스커에게도 두 번째다. 그가 앞서 세운 피스커 오토모티브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 카르마를 내놓았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3년 파산했다.
이번 스웨덴 보상 절차는 제조사가 파산했을 때 자동차 소비자가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션 소유자들이 요구했던 금액에는 사라진 보증과 부품 공급에 따른 부담이 포함됐지만, 실제 돌려받게 된 돈은 그중 일부에 불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