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한복판 멈춘 테슬라, 트럭에 추돌돼 사망…ADAS 작동 확인

미국 플로리다주 고속도로에서 주행 차로에 멈춰 있던 테슬라(Tesla) 모델 3가 대형 트럭에 추돌돼 운전자가 숨진 사고 당시 차량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운전자 보조 기능이 차량을 멈춰 세웠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는 지난해 10월 6일 오후 9시25분께 미국 플로리다주 세미놀카운티 레이크메리 인근 인터스테이트 4(I-4)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플로리다 고속도로순찰대(FHP)에 따르면 2020년형 모델 3는 당시 I-4 동쪽 방향 중앙 차로에 정지해 있었다. 뒤따르던 대형 트럭 가운데 한 대가 모델 3를 피하려 했지만 차량 뒤쪽을 들이받았다.

충돌한 트럭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전복됐고, 충격으로 밀려난 모델 3는 먼저 사고를 피했던 다른 대형 트럭과 다시 충돌했다. 모델 3를 운전하던 43세 남성은 현장에서 숨졌다. 두 트럭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가장 큰 의문은 모델 3가 왜 고속도로 주행 차로에 멈춰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현지 경찰 역시 당시 차량이 중앙 차로에 정지해 있던 이유를 밝히지 못했고 사고 원인을 조사해 왔다.

최근 공개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사고 발생 지역과 차량 연식, 사고 시각, 사망 사고 여부 등을 토대로 NHTSA에 제출된 테슬라의 사고 보고서와 해당 사고를 대조했다.

해당 자료에서 테슬라는 자동화 기능의 작동 상태를 ‘작동 확인(Verified Engaged)’으로 표시했다. 충돌 직전 차량 움직임은 ‘정지(Stopped)’, 속도는 시속 0마일로 기록됐다.

이는 사고 직전 일정 시간 내에 테슬라의 레벨2 운전자 보조 기능이 작동했다는 의미다. NHTSA는 레벨2 ADAS가 충돌 당시 또는 사고 발생 전 30초 이내 사용됐고 사망이나 에어백 전개, 병원 이송 등의 결과가 발생한 사고를 제조사가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당시 어떤 기능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테슬라는 사고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버전과 사고 경위, 시스템의 운행 조건 충족 여부 등에 대해 영업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를 요청했다. 따라서 당시 작동한 기능이 오토파일럿이었는지, FSD(감독형 완전자율주행)였는지도 공개 자료만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NHTSA는 제조사가 공개 자료의 일부 항목에 대해 영업기밀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상에는 ADAS·ADS 기능의 버전과 사고 당시 시스템의 운행 가능 영역 충족 여부, 사고 경위 등이 포함된다.

테슬라가 차량의 이벤트 데이터 기록장치(EDR)와 텔레매틱스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은 모델 3가 정지한 과정에 쏠린다. 시스템이 직접 감속해 차를 세웠는지, 운전자가 차량을 정지시켰는지, 운전자에게 갑작스러운 이상이 발생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이 남아 있다.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기능에서 과거 ‘팬텀 브레이킹’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팬텀 브레이킹은 실제 위험 요소가 없는데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장애물 등을 잘못 인식해 갑자기 제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NHTSA는 2022년 2021~2022년형 모델 3와 모델 Y에서 고속도로 주행 중 예상하지 못한 제동이 발생했다는 354건의 신고를 토대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신고자들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운전자 보조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갑자기 제동하거나 빠르게 감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팬텀 브레이킹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사망 사고의 원인을 같은 문제로 연결할 수는 없다. 현재 공개된 자료는 사고 전 운전자 보조 기능이 작동했고 차량이 충돌 당시 정지해 있었다는 사실만 보여준다.

운전자의 건강 이상이나 직접적인 제동 등 다른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ADAS가 차량을 정지시켰다는 조사 결과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서 핵심은 ‘ADAS가 작동했느냐’에서 ‘차량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췄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규명하려면 사고 직전 차량 속도와 제동 입력, 운전자 조작,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판단 등이 담긴 세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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