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수입 전기차의 입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순수전기 승용차는 125대에 그쳤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4대 수준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추이둥수 사무총장이 중국 세관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순수전기 승용차 수입은 17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불과 3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의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중국의 순수전기 승용차 수입은 2021년 7653대에서 2022년 1만8190대, 2023년 3만124대로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테슬라 모델 X와 BMW i 시리즈, 포르쉐 타이칸 등 해외 브랜드의 고급 전기차가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2023년을 정점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수입량은 2024년 1만6768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3475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1~7월 실적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900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비슷하다. 올해 1~7월 수입량은 12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순수전기차와 PHEV를 합친 수입 플러그인 차량은 2977대로, 같은 기간 중국이 수입한 승용차 24만1532대의 1.2%에 불과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56만1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7% 증가했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60.4%로 처음 60%를 넘어섰다. 1~7월 누적 판매량도 900만7000대에 달했다.
수출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은 7월 한 달 동안 자동차 104만3000대를 해외로 내보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3%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전기차와 PHEV 등 신에너지차가 55만3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약 2.5배로 늘었다.
같은 달 중국으로 들어온 순수전기 승용차와 PHEV는 총 277대였다. 집계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신에너지차 수출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약 2000배에 이른다. 한때 해외 전기차 업체가 공략해야 할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중국이 이제는 전기차를 거의 수입하지 않으면서 대규모로 수출하는 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수입 전기차가 밀려난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 업체의 급격한 경쟁력 향상이 꼽힌다. 과거에는 테슬라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했던 고급 전기차 시장까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경쟁 방식도 달라졌다. 저렴한 가격만 앞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디스플레이와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초고속 충전 등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중대형 세단과 6·7인승 SUV, 고성능 모델까지 제품군도 넓어졌다.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 부진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포르쉐(Porsche)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1만4501대를 인도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일 내 판매량 1만4938대보다도 적었다.
포르쉐의 중국 판매 감소가 모두 전기차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현지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받고 있는 압박을 보여주는 지표다. 포르쉐 역시 중국 시장의 어려운 영업 환경을 판매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해외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하는 대신 현지 생산과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BMW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롱휠베이스 전기 SUV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우디 역시 현지 파트너와 중국 전용 전기차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전체 수입차 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1~7월 중국의 승용차 수입은 24만15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전기차와 PHEV가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수입차 시장의 중심은 다시 내연기관차로 이동했다. 1~7월 전체 승용차 수입에서 가솔린 모델이 78%를 차지했고 하이브리드는 20%였다. 특히 하이브리드 수입은 4만8885대로 34% 증가해 주요 파워트레인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제품을 많이 내놓지 않는 3.0리터 초과 대배기량 시장에서도 수입차 수요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차의 역할이 대중적인 전기차에서 현지 업체가 채우지 못한 일부 고급·특수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