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R이 레인지로버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기존 레인지로버의 디자인과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하면서 118.5kWh 배터리와 800V 전기 시스템을 얹었다.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372마일(약 598km)이다. 국내에는 2027년 중순 출시한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쓰는 MLA-Flex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JLR은 처음부터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고려해 설계해 기존 레인지로버의 공간과 차체 비율을 크게 바꾸지 않고 전기 구동계를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앞뒤에 각각 최고출력 260kW의 영구자석 전기모터를 배치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550PS, 최대토크는 850Nm(86.7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4.5초가 걸리고, 시속 80km에서 120km까지 추월 가속은 2.7초다. 각 모터에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를 적용해 전력 손실을 줄이고 스위칭 속도를 높였다.
118.5kWh 배터리, 10분 충전에 220km 확보

배터리는 344개의 각형 셀로 구성한 118.5kWh 더블 스택 리튬이온 팩을 쓴다. 118.5kWh는 총용량이 아닌 사용 가능 용량이다. 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372마일, 약 598km이며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는 600km로 표시했다. JLR이 자체 추산한 실제 주행 환경 최대 주행거리는 333마일(약 535km)이다.
800V 전기 시스템과 분할 충전 기술을 적용해 최대 350kW DC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최적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걸리고, 10분 충전으로 WLTP 기준 최대 22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한다. 분할 충전 기술은 118.5kWh 더블 스택 배터리를 전기적으로 나눠 충전하는 방식으로, 400V 급속충전기를 쓸 때도 높은 충전 성능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전기차로도 900mm 도강…경사 45도 등판

레인지로버가 전기차 개발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오프로드 성능이다. 통합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노면 상황에 따라 50밀리초 단위로 모터를 제어한다. 내연기관 기반 시스템보다 최대 100배 빠른 수준이다. 후륜에 전달하는 토크도 0~100% 범위에서 조절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휠 슬립을 세밀하게 관리한다.
싱글 페달 모드는 가속페달만으로 험로에서 차량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33도 경사에서 출발하고 주행 중에는 최대 45도 경사를 오른다. 도강 깊이는 최대 900mm다. 대형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설치하고도 전지형 주행 능력을 유지했다.
디자인은 전기차 티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현행 레인지로버의 차체와 면 구성을 유지하면서 그릴과 휠, 언더바디를 공기역학에 맞게 다듬었다. JLR은 개발 과정에서 ‘Electric first’가 아닌 ‘Range Rover first’ 원칙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전기 구동계의 낮은 무게중심에 트윈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조합했고, 구동계 차음 설계와 방음 접합 유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150만km 실주행 검증…특허 300건 출원

JLR은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개발을 위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검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실제 주행시험은 150만km 이상으로 지구를 약 38바퀴 도는 거리다. 가상 시험에는 25만시간 이상을 투입했다.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에서 영하 40도의 혹한 성능을, 두바이에서 고온 환경의 배터리와 전기 구동계, 공조 시스템을 시험했다.
열관리에는 자체 개발한 ThermAssist 기술을 적용했다. JLR은 이 기술을 포함해 개발 과정에서 특허 300건을 출원했다고 밝혔다.
솔리헐 공장서 생산…국내는 2027년 중순 출시

생산은 1970년부터 레인지로버를 만들어온 영국 솔리헐 공장이 맡는다. JLR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약 4만㎡ 규모의 공장을 재정비하고 배터리와 전기 구동계 생산라인 13개를 새로 구축했다. 울버햄프턴 전기 추진 시스템 생산시설에서는 배터리 팩과 전기 구동장치를 만든다. JLR은 솔리헐 제조 인력 9000명과 웨스트미들랜드 지역 다른 사업장 직원 1500명 등 총 1만500명에게 전동화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국내에는 스탠다드 휠베이스 오토바이오그래피와 롱 휠베이스 SV 두 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2026년 9월부터 주문을 받고 있으며 공식 출시는 2027년 중순이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와 가격은 추후 공개한다.
레인지로버는 순수 전기차 출시 이후에도 내연기관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함께 운영한다. 하나의 아키텍처에서 여러 동력원을 생산해 고객이 시장과 사용 환경에 따라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첫 전기차를 별도의 미래형 모델로 떼어놓지 않고 기존 레인지로버 라인업 안에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