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스마트 충전 시스템 발표…BYD보다 최대 충전 출력 50% 높아
AI가 배터리 온도 30초 앞서 예측, 충전 속도와 발열 동시 관리
중국 5개 도시 충전망 구축…2027년까지 충전소 1만5000곳 확대 추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초급속 충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비야디(BYD)가 1500kW급 충전 시스템을 앞세워 충전망을 확대하는 가운데, 지리자동차가 최대 출력 2250kW의 새로운 충전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리자동차는 실제 차량을 이용한 시험에서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4분 30초가 걸렸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Geely)는 지난 9월 23일 중국 닝보에서 AI 기반 차세대 스마트 충전 기술과 5세대 초급속 충전기를 발표했다. 충전기 출력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 온도를 미리 예측해 충전 전력을 조절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초급속 충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열화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충전기는 최대 출력이 2250kW에 달한다. 비야디가 지난 3월 발표한 1500kW급 플래시 충전기보다 50% 높은 수치다. 다만 충전기의 최대 출력과 실제 차량이 받아들이는 충전 전력은 다르다.
4분 30초 만에 70% 충전…BYD보다 30초 빨라

지리자동차는 자사 고급 브랜드인 링크앤코(Lynk & Co) 10과 지커(Zeekr) 001에 새로운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을 시험했다.
두 차량에 탑재한 선둔 골든 배터리는 최대 12C의 충전 속도를 지원한다. C-rate는 배터리 용량 대비 충전 전력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kWh 배터리에서 1C는 100kW, 12C는 1200kW에 해당한다.
지리자동차가 발표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4분 30초, 97%까지 충전하는 데는 8분 40초가 걸렸다.
비야디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플래시 충전 시스템은 동일한 충전 구간에서 각각 5분과 9분을 기록했다. 지리자동차가 발표한 시험 결과가 각각 30초와 20초 빠르다. 다만 서로 다른 차량과 배터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인 만큼 동일 조건의 직접 비교 결과는 아니다.
각 제조사가 발표한 시험 결과 기준. 충전기의 최대 출력은 차량이 실제로 수용하는 최대 충전 전력과 다르다.지리자동차의 충전기는 최대 2250kW를 지원하지만 현재 지커 001과 링크앤코 10의 최대 충전 전력은 약 1100kW 수준이다. 따라서 2250kW를 모든 차량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리자동차는 향후 고전압 플랫폼을 확대해 충전 성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AI가 배터리 온도 예측…충전 속도와 수명 함께 관리

지리자동차가 강조하는 기술은 AI 기반 충전 관리 시스템이다. 단순히 충전기 출력을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배터리의 상태를 예측하고 충전 전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핵심 기술은 중국 AI 기업 스텝펀(StepFun)과 공동 개발한 싱루이 파워마인드(Xingrui PowerMind)다. 차량과 배터리, 충전기뿐 아니라 전력망과 충전소의 에너지저장장치까지 연동해 충전 과정을 관리한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의 온도 변화를 최대 30초 앞서 예측한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면 충전 전력을 미리 조절하고 냉각 성능을 높인다. 배터리가 과열된 뒤 충전 출력을 낮추는 기존 방식보다 적극적으로 발열을 관리하겠다는 접근이다.
지리자동차는 이를 통해 급속 충전 중 배터리 평균 온도를 55℃ 미만, 최고 온도는 65℃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냉각 장치도 강화했다. 충전소의 에너지저장장치부터 충전기 본체, 케이블, 충전구, 차량 배터리까지 다섯 부분에 액체 냉각 기술을 적용했다. 고출력 충전 과정에서 특정 부위에 열이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초급속 충전으로 손상된 배터리, 수명 최대 20% 연장 목표

초급속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터리 수명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높은 전류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음극 표면에 리튬이 석출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배터리 용량과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지리자동차는 이를 줄이기 위해 리튬이온 펄스 복원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한 펄스 전류를 활용해 음극에 축적된 리튬이온을 다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AI 충전 관리와 펄스 복원 기술을 결합하면 배터리 충·방전 수명을 최대 20%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정용 완속 충전에서도 낮은 전류를 활용해 배터리 열화를 완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수명 개선 효과는 제조사가 발표한 결과다. 실제 차량에서 장기간 반복 충전했을 때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지리자동차는 보급형 전기차를 위한 차세대 울트라 쇼트 블레이드 배터리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레이저 용접 기술로 충전 중 발생하는 열을 10% 줄이고 최대 충전 속도를 6C까지 높였다. 고가의 전기차뿐 아니라 대중적인 모델에도 빠른 충전 기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1만 대 확보한 BYD…지리는 2027년까지 1만5000곳 목표
충전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차량뿐 아니라 충전망도 갖춰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비야디가 앞서 있다.
비야디는 지난 8월 말 중국에서 플래시 충전소 1만 곳을 확보했다. 9월 24일에는 고속도로 플래시 충전소 2000곳 구축을 완료하며 연말 목표를 약 3개월 앞당겼다. 올해 말까지 전체 충전소를 2만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리자동차도 충전망 확대에 나섰다. 지난 9월 말 기준 항저우와 상하이, 닝보, 자싱, 시안 등 중국 5개 도시에 새로운 스마트 충전기를 설치했다. 2027년까지 중국 전역에 스마트 충전소 1만5000곳, 충전 커넥터 5만 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두 업체가 발표한 수치만으로 실제 충전 편의성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충전소의 위치와 운영 상태, 충전 가능한 차량, 이용 요금 등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기술이 해외시장에 언제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회사는 유럽 시장으로 충전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과 국가별 적용 차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충전 경쟁은 이제 충전기 출력뿐 아니라 배터리 수명과 충전망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리자동차가 공개한 4분 30초 충전 기술이 실제 소비자의 충전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호환 차량과 충전소 보급 속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