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복귀… GM, 랭글러 노린 전기 오프로더 ‘허머 X’ 꺼냈다

지엠(GM)이 30년 가까이 비워둔 정통 오프로더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다. 5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문을 연 새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 개관에 맞춰 GMC 허머 X 콘셉트(Hummer X Concept)를 SUV와 픽업 두 가지로 공개했다. 지프 랭글러와 포드(Ford) 브롱코가 양분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차다.

빈자리는 길었다. 지엠은 1990년대 쉐보레(Chevrolet) K5 블레이저와 GMC 지미가 단종된 뒤로 랭글러를 정면으로 겨눌 차를 내놓지 못했다. 포드도 같은 처지였다가 현행 브롱코로 흐름을 돌렸다. 브롱코는 2025년 미국에서 14만6007대가 팔려 기록을 새로 썼고, 랭글러는 그보다 더 잘나간다. 거칠고 복고풍 짙은 오프로더를 향한 미국 시장의 갈증을 드러내는 숫자다.

덩치 줄인 허머 EV

허머 X는 기존 허머 EV처럼 SUV와 픽업으로 나뉘고, 한눈에 같은 가문임을 안다. 곧게 선 비율과 각진 면, 넓게 벌린 자세가 전동 플래그십을 빼닮았다. 픽업은 뒤 사분면이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거의 포개질 만큼 닮아 표적을 숨기지 않는다.

치수가 의도를 받친다. 허머 X 픽업은 글래디에이터보다 11인치(약 28㎝) 짧아 대형 전기차 영역이 아닌 중형 오프로드 픽업 급에 들어선다. SUV는 4도어 랭글러 자리에 거의 그대로 얹히고, 브롱코 4도어보다 1인치쯤 짧다.

허머 X가 허머 EV와 갈라서는 지점은 재구성 능력이다. 지엠은 이 차를 그냥 모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손보고 키우고 꾸미는 소유주를 위한 ‘빌더-메이커’ 차량으로 부른다. 생산 방식 플렉스 팹(FLEX FAB)이 이를 받친다. 전통 프레스 금형 대신 3D 프린팅 같은 소량·주문형 공정을 쓰는데, 콘셉트 한 대 제작의 57%를 이 방식이 채운다. 그만큼 사양 선택지가 넓어진다. 실내도 쌓아 올리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상황에 맞춰 화면을 짠다.

스펙은 진지하다. SUV는 37인치, 픽업은 35인치 굿이어(Goodyear) 타이어를 신고 둘 다 비드락 휠을 끼웠다. SUV 18인치, 픽업 22인치다. 배터리를 지킬 두꺼운 언더보디 보호판이 들어가고, 지엠시 AT4X와 셰보레 ZR2 같은 험지용 차에 쓰는 멀티매틱 댐퍼도 달았다.

지상고도 넉넉하다. SUV는 진입각 44도, 진출각 46도, 지상고 13.2인치(약 33.5㎝)로 가파른 비탈과 좁은 굴곡 구간에서 일반 중형 오프로더가 버거워할 자세를 갖췄다. 탈착식 펜더 플레어에 전기 동력의 낮은 무게중심과 즉각적인 토크까지 더하면 거친 노면을 무리 없이 다룬다. 앞 경로를 살필 드론도 함께 나온다.

양산은 아직, 길은 열어뒀다

지엠은 허머 X가 양산을 겨냥한 차가 아니라 새 기술과 미학, 모험 공동체를 시험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구조와 파워트레인 제원도 내놓지 않았다. 이 콘셉트는 지난해 화재로 손상된 패서디나 스튜디오의 재개관 행사에 맞춰 등장했다. 14만8000제곱피트(약 1만3750㎡) 규모에 약 100명이 일하는 이 캠퍼스는 첨단 콘셉트 개발을 맡는다.

오프로더 수요가 꾸준히 커지는 만큼, 콘셉트가 마니아층에 먹히면 양산으로 가는 길이 아주 닫힌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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