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가 일본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첫 전기 경차 라코(Racco)가 출시 직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판매 개시 나흘 만에 계약 대수가 700대를 넘어섰으며, 회사가 제시한 초기 판매 목표의 약 7%를 단숨에 달성했다.
일본 경차 시장은 오랫동안 현지 업체들의 독무대로 꼽혀 왔다. 그러나 BYD가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된 상품성을 앞세우면서 일본 완성차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출시 4일 만에 계약 700대 돌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BYD는 지난 7월 28일 라코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700대 이상의 계약을 확보했다.
7월 신규 등록 대수는 125대였지만, 대부분은 전시장과 시승용 차량으로 등록된 물량이다. 실제 소비자 계약은 이미 700대를 넘어선 상태라는 것이 BYD의 설명이다.
BYD는 2026년 말까지 누적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다. 출시 첫 주에 목표치의 약 7%를 달성한 셈이다.
BYD 오토 재팬의 도후쿠지 아쓰키 사장은 “1만 대 판매 목표는 철저한 시장 분석보다는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수치”라며 “내년부터는 판매 네트워크가 안정되면 지속 가능한 판매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닛산 사쿠라보다 저렴한 가격 승부

라코의 일본 판매 가격은 214만5,000엔(약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정부 보조금 15만 엔을 적용하면 실구매 가격은 200만 엔 이하로 내려간다.
세전 기준 가격은 일본 전기 경차 판매 1위인 닛산(Nissan) 사쿠라보다 낮다. 다만 보조금 규모는 사쿠라가 더 커 최종 구매 가격에서는 사쿠라가 여전히 조금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가격 차이를 상쇄할 만한 상품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320km 주행…전기 경차 최초 슬라이딩 도어
라코는 상위 트림 기준 최대 32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일본 전기 경차 최초로 슬라이딩 리어 도어를 적용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좁은 주차 환경과 아이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슬라이딩 도어 선호도가 매우 높다. 혼다 N-BOX, 스즈키 스페이시아, 다이하쓰 탄토 등 인기 경차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BYD 역시 이러한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해 일본 시장에 맞춘 상품성을 강조했다.
일본 경차 시장 정조준
일본에서 경차는 전체 신차 판매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지금까지는 스즈키(Suzuki), 다이하쓰(Daihatsu), 혼다(Honda)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 왔다. 이들 3개 브랜드의 점유율은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닛산과 미쓰비시도 공동 개발 모델을 통해 경쟁하고 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 해외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사례는 드물다.
BYD는 기존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소비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코의 초기 흥행이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출시 직후 계약 속도를 감안하면 일본 소비자들도 브랜드보다 상품성과 가격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로 읽힌다.
일본은 전기차 비중이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시장이지만, 최근 충전 인프라 확대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전기차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BYD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 시장’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의미 있는 판매 실적을 이어간다면, 향후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진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