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공동 CEO 드미트리 돌고프가 카메라 단독 방식으로는 완전자율주행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는 논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테슬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만 쓰는 ‘비전 온리’ 전략 자체를 정면으로 겨눈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돌고프는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가 주최한 ‘스타트업 스쿨’ 강연에서 웨이모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는 센서 구성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직접 꺼내며 “사람도 눈만으로 운전한다는 존재 증명은 있다”고 인정했다. 인간 운전자 수준에 맞추거나 운전 보조 기능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 카메라만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돌고프는 완전자율주행, 그것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삼는 순간 “약한 센싱은 안전 곡선을 너무 이른 지점에서 평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카메라가 인간 수준까지는 따라가지만, 운전자 없이 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기준선은 넘지 못한다는 논리다.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백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눈

웨이모는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세 가지 센서를 함께 쓴다. 돌고프는 각 센서의 역할을 나눠 설명했다. 카메라는 해상도와 색상 정보에서 강점을 갖지만 수동형 센서라 야간이나 역광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 라이다는 주변 사물의 3차원 구조를 직접 측정한다. 레이더는 안개와 비, 눈을 뚫고 도플러 효과로 물체 속도까지 읽어낸다.
돌고프는 “이 센서들은 서로의 백업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센서마다 별도의 인코더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 정보가 하나로 융합되면서 단일 센서로는 얻을 수 없는 인식 수준에 도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피닉스에서 발생한 모래폭풍 상황에서 카메라 영상은 거의 아무것도 잡아내지 못했지만, 라이다는 도로변 보행자를 선명하게 포착했다. 콘크리트 방호벽을 넘어 야간 도로로 뛰어드는 사람, 가로등도 헤드라이트도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개를 쫓아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 화면은 무용지물에 가까웠지만 라이다 영상은 또렷했다.
카메라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렌즈를 물리적으로 가리는 이물질이다. 돌고프는 나뭇잎 하나가 센서를 덮으면 로봇 차량이 완전히 멈춰 설 수 있다고 설명하며, 와이퍼로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가 카메라를 가렸을 때 다른 센서만으로 차량이 스스로 차고지까지 복귀한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나인의 사다리’…초반 성능과 실제 안전성은 다른 문제

돌고프가 꺼낸 또 다른 개념은 신뢰도를 뜻하는 ‘나인(nine)의 지수 사다리’다. 일론 머스크가 즐겨 쓰는 표현으로는 ‘나인의 행진’에 해당한다. 90%, 99%를 달성하기는 쉽지만, 신뢰도를 소수점 아래로 한 자리씩 끌어올릴 때마다 이전보다 열 배 가까운 노력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함정이 생긴다. 초반에 가장 빠르게 성능이 오르고 데모 영상이 근사하게 나오는 기술을 골라 그 상승 곡선을 그대로 미래로 연장하면, 실제 제품에 필요한 성능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곡선이 평평해진다는 게 돌고프의 주장이다. 데모 한 번에는 나인 하나면 충분하지만, 운전 보조 제품에는 몇 개가 더 필요하고,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운전자 없이 달리는 차에는 나인이 여러 개 쌓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용 문제도 짚었다. 카메라 옹호론이 즐겨 드는 근거인 ‘라이다는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웨이모는 현재 6세대 하드웨어를 쓰고 있으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오늘의 가격표를 근거로 라이다 같은 센서에 반대 베팅을 거는 건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숫자”에 판돈을 거는 것과 같다고 돌고프는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로 갈리는 두 회사

카메라 단독 노선의 대표주자는 테슬라다. 2021년 레이더를 빼고 2022년 초음파 센서까지 제거하며 ‘테슬라 비전’ 하나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머스크는 그동안 라이다를 “바보 같은 짓”이라 부르며 라이다에 의존하는 업체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못박았다. 2025년 오스틴에서 시작한 테슬라 로보택시 서비스도 카메라만으로 운행한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돌고프가 설명한 한계선과 겹친다. 테슬라 로보택시 자체 데이터에서 사고율은 안전요원이 운전석에 동승한 상태에서도 인간 운전자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FSD) 버전을 낼 때마다 인간보다 안전하다고 말해왔지만, 데이터는 아직 그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웨이모는 돌고프가 말한 ‘카메라 단독으로는 닿지 못하는 영역’의 숫자를 실제로 내고 있다. 무인 유상 주행 2억 2000만 마일을 기반으로 한 최신 안전 보고서에서 중상 사고 발생률이 인간 운전자 대비 94% 낮게 나타났다. 인간과 비교해 약 17배 안전하다는 계산이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15개 도시에서 주당 약 50만 건의 유상 운행을 소화하고 있고, 주당 100만 건을 목표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머스크는 웨이모에 “애초에 승산이 없었다”고 깎아내렸지만, 정작 테슬라는 로보택시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무인 주행 거리가 38만 마일에 그쳤다. 웨이모는 이 거리를 하루 만에 채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