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Rivian)이 R1과 R2에 적용할 통합 운영체제(OS)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최근 R2의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R1으로 보이는 차량 그래픽이 나타나면서, 두 모델이 별도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 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례만으로 리비안이 통합 OS를 실제 시험 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리비안이 올해 안에 R1과 R2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겠다고 밝힌 데다 최근 두 차종의 업데이트 내용도 점차 비슷해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R2 화면에 갑자기 등장한 R1…단순 오류일까

발단은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R2에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던 중 화면 오른쪽 위 차량 아이콘이 R2가 아닌 R1과 비슷한 모습으로 표시됐다.
R2는 비교적 작고 둥근 차체 형태를 갖췄지만 화면 속 차량은 R1 특유의 크고 각진 실루엣에 가까웠다.
단순한 그래픽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비안이 R1과 R2의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기반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하나의 코드에서 차종별 3D 모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능 설정을 불러오는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차량 그래픽이 표시됐을 가능성이다.
리비안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 와심 벤사이드는 지난 5월 레딧 AMA를 통해 R2에 먼저 적용한 ‘RivianOS 2.0’을 기존 R1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차종마다 별도의 운영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하드웨어가 달라도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통 소프트웨어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RivianOS 2.0은 기존 R1과 화면 구성부터 차이가 있다. R1의 가로형 내비게이션 바를 세로형 사이드바로 바꾸고 여러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멀티패널 UI 등을 도입했다. 현재 이 인터페이스는 R2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R1·R2 업데이트 내용도 닮아간다
최근 업데이트에서도 두 소프트웨어의 접점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R2는 지난 7월 중순 2026.24.40 업데이트를 통해 론치 모드와 펫 컴포트, 기어 가드, 차고문 연동, 차량 내 와이파이 핫스폿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적응형 하이빔과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관련 오류도 손봤다.
이어 8월 6일에는 R1용 2026.23과 R2용 2026.24.41 업데이트가 같은 날 배포됐다. 버전 번호는 여전히 서로 다르지만 주요 업데이트 내용은 상당 부분 겹쳤다.
대표적으로 운전자가 명령하면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의 사용 범위를 고속도로 밖으로 확대했고, 운전자 디스플레이의 자율주행 화면에 신호등과 교통콘 등을 표시하도록 했다. R2에는 정지 표지판 표시 기능도 포함됐다.
리비안 어시스턴트 역시 R1과 R2 모두에서 기능을 확대했다.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기능을 비롯해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의 충전소 검색, 음성을 이용한 서비스 요청 작성 등이 추가됐다.
아직 R1과 R2가 서로 다른 버전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통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같은 날 비슷한 기능을 추가하는 업데이트가 배포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두 소프트웨어 개발 흐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R1 세대별 하드웨어 차이
통합 OS에서 가장 큰 변수는 R1의 하드웨어다. 같은 R1이라도 1세대와 2세대의 전자·전기 아키텍처와 자율주행용 컴퓨팅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2024년형까지 생산된 1세대 R1은 기능별 제어기가 나뉜 도메인 기반 전자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역시 모빌아이 기반의 기존 Driver+ 시스템을 사용한다.
반면 2세대 R1은 전자제어장치(ECU)를 대폭 통합한 새로운 아키텍처와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 기반 컴퓨팅 시스템을 채택했다. 리비안이 최근 확대하고 있는 Autonomy+ 기능 역시 주로 2세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현한다.
R2는 2세대 R1과 비슷한 7개 ECU 기반의 조널 아키텍처를 사용하면서 실내 경험을 위한 별도 AI 연산 능력까지 확보했다. 리비안 어시스턴트와 언리얼 엔진 5 기반 인터페이스, 차량 내 AI 기능 등을 처리하기 위한 구성이다.
따라서 ‘통합 OS’가 모든 리비안 차량에 똑같은 기능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 코드와 사용자 경험은 공유하더라도 차량에 탑재된 프로세서와 센서, 전자 아키텍처에 따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는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1세대 R1까지 RivianOS 2.0의 새로운 UI와 주요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가 관심사다.
리비안은 아직 R1용 통합 OS의 정확한 배포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목표는 연내 적용이다.
이번 R2 화면의 R1 그래픽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리비안이 공언한 통합 OS 일정과 최근 R1·R2 업데이트의 공통점을 함께 보면 두 플랫폼의 소프트웨어 기반을 합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통합 소프트웨어 전략은 리비안 자체 차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리비안은 폭스바겐그룹과 약 58억달러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고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향후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